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최근 잇달아 발표된 부동산 대책을 스스로 평가하며 표준임대료 및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필요성까지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7·10 대책을 통해 강화된 보유세 부담도 세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며 "아직 부담이 높지 않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학계와 시장에선 문 대통령 시각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지 않다. 특히 시장의 한쪽 측면만 강조하는 참모진으로부터 왜곡된 보고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이 이처럼 편파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면 진단 자체가 잘못돼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입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며 "독일, 영국, 일본, 미국 등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 사유가 없는 경우 무제한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세계 주요 도시에선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최근 임대차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변화가 해외와 비교해 지나친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표준임대료` 등 추가 규제까지 꺼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일부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언급과는 달리 예외 조항이 많아 우리 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훨씬 유연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은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지만 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이유가 다양하다. 특히 집주인이 퇴거료 지급을 조건으로 갱신을 거절할 경우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다음 임차인에게서 퇴거료를 보전받는 사실상의 권리금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임대차 형태를 보장 임대차와 단기 보장 임대차로 나눠 집주인이 선택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단기 보장 임대차는 집주인이 2개월 전에 통지만 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 제도의 유연성으로 집주인이 불편을 겪지 않게 했다는 뜻으로, 경직된 우리 제도와는 차이가 크다. 특히 영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선 단기 보장 임대차 비율이 연속적인 갱신권을 보장하는 보장 임대차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문 대통령의 `표준임대료` 발언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폐지하는 추세인데 상황을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5년 공정임대료 제도를 도입했던 영국은 1988년 제도를 아예 폐지했다. 임대료 사정관이 정한 범위에서 물가지수와 연계해 인상할 수 있도록 해오다 민간에 기능을 넘겼다. 독일은 임대료 인상에 법적 제한이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기준이 유연하다. 임대차 계약 기간 중이라도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면 인상이 가능하고, 합의가 없더라도 주변의 4년 평균 임대료와 비교해 집주인이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 나라에서 실패한 표준임대료·공정임대료를 대통령이 거론한 것은 부동산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유세가 국제 수준에 비해 낮다는 것은 현 정부가 출범부터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핵심 논거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 `OECD 국가 부동산 세제 분석`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2018년이 정부의 종부세 인상이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7·10 대책까지 적용된 2021년의 보유세는 선진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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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20 at 06:4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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