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지난 7월1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8)가 고시됐고, 2021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개정에서는 국제질병분류(ICD-10)와 종양학국제질병분류(ICD-O-3)의 최신 변경내용을 반영했고, 희귀질환을 추가했으며, KCD 의학용어 일부를 수정했다. 한의분류 분야에서도 일부 포함내용이 추가되고, 영문용어를 국제표준용어로 대거 변경했다.
2022년이면 질병사인분류에 한의 분야가 포함된 지 50주년이 된다. 지난 50년간의 역사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글의 목적은 역사의 기록이요, 현실의 필요에 의해서이다.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에서 1년에 1억 건이 넘는 심사청구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업무적으로나 경영관리 차원에서도 질병분류의 코딩이 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요 내용은 질병분류의 역사와 주요 변경내용, 그리고 쉽고 바른 코딩방법에 대해서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다. 이제 남은 2020년에는 한의사를 포함한 관련 의료종사자들이 변경 내용을 중심으로 분류표와 색인 및 코딩지침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단명 부여하기와 사인 선정하기 등 활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쉽게 이해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마지막에는 코딩지침과 사례교육을 위해 내용을 작성해 보겠다. 열심히 공부하고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
■ 한국 질병사인분류의 역사
○한국 질병사인분류 제정
1893년 국제통계협회는 질병통계작성을 위한 국제적인 분류체계를 세웠고, 매 10년마다 개정해오다가 1967년 국제질병분류 8차 개정(ICD-8)을 했다. 우리나라는 1938년 재4회 국제질병상해사인분류 기반의 분류를 해방 이전까지 사인통계에 사용해오다가, 해방 이후 미군정 하에서는 제5회 국제질병상해사인분류를 번역하여 사용했다. 1949년 공보처에서 제6회 국제질병상해사인분류 권고안을 입수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되고, 1952년 서태평양지구 보건 및 인구동태 통계회의에서 재입수하여 이를 기초로 우리나라 한국사인상해 및 질병분류를 제정했다. 해방 이후 사인 및 질병에 대한 통계 작성과 국제간 비교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ICD-6의 체계에 따른 한국사인상해질병통계분류목록을 사용했으나 실제로 통계 작성은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1972년 10월26일 경제기획원 고시 제72-1호에 따라 질병, 상해 및 사인에 관한 표준분류로 ICD-8 분류에 기초한 한국질병사인분류(KCD)를 제정했으며, 당시 최선래 국장(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머리말에도 밝혔듯이 부록으로 한의분류표를 이종형 교수를 중심으로 대한한의사협회가 주관해 제정하였다.
○기본분류 사용을 위한 한의분류 제정
1973년 1월1일. KCD 제정 사용과 함께 한의분류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 한의분류는 독립된 체계의 분류로서 사용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 아니라 한의사들이 ‘한국질병사인분류’를 사용함에 있어 필요한 참고적 분류로서 제정되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ICD-8)와는 무관하였다.
보건사회부령에 따라 한의사가 각종 진단서 등을 발행하기 위해선 한국질병사인분류(KCD)를 사용해야 하는데, 한의학과 양의학이 학문적 체계가 달라서 분류와 용어가 상이한데도 양의학 체계를 따르고 있는 국제질병분류를 국내 도입하는 것이어서, 한의사들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줄 수 있으니 KCD와 한의분류를 연관시켜줌으로서 한의사들로 하여금 코딩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한의학에 의한 질병분류를 하고 이것을 양의학에 의한 질병분류체계와 연관시키는 것이 어느 부분에서는 불합리한 점이 없지 않으나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불가피한 조치이므로 연관분류에 있어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향후 개선해야 할 문제로 남겨 둘 수밖에 없었음을 밝히고 있다.
○한의 질병사인분류 작성 소회
1972년 12월 대한한의학회는 <한국질병사인분류>를 발행한다.
담당실무자를 대표하여 이종형 선생은 ‘한의학이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표준으로 쓸만한 병명이 제정되어 있지 않아 각종 질병의 통계나 분류가 안 될 뿐만 아니라 학문적 발전이 지연되어 왔다’고 일갈하셨다. 1972년 당시 정부가 질병사인관련 표준분류를 제정하면서 다행히 한의부문을 삽입해주어서 비로서 한방병명과 분류체계를 제정 사용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다고 소회하면서 애로점과 사용하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할 요령을 밝혔다.
‘한의학의 술어들은 그 개념이 관념적이어서 어휘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가 없고, 각 어휘간의 연관된 의미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이것을 병명으로 규정할 수 없었다’고 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대의학과의 연관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한의학에서는 서양의학 병명의 의미를 학문의 성격상 그대로 받아드릴 수가 없고, 한의에서 부르는 병증이 서양의학의 체계로는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어서, ‘한의임상을 하면서 서의병명을 그대로 쓰는 폐단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구한 역사적 발전과 엄연한 학술체계를 가지고 있는 한의학이 그 자체의 독특한 특징을 발현하지 못하고, 서의병명을 끌어다 사용한다는 것은 학문의 자주성으로 보나 한의학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하는데 있어서나 매우 어색하고 애석한 일’이라고 적어두셨다.
○1972년 한의분류의 내용
한의질병분류는 총 11장으로 구분되고 순서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제정하였다. 제1장은 전염병 및 기생충병으로 처음부터 국제질병분류와 같은 번호로 배열하였다. 제2장은 전신성 질환으로 풍, 한, 서, 습, 조열, 정신, 기, 혈, 담음, 허로 등 그 증후가 전신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구성하였다. 제3장은 내장질환으로 오장육부의 계통에 따라 질병을 나열하였다. 제4장은 국소성 질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국소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을 나열하였다. 제5장은 옹저창양질환, 제6장은 부인과질환, 제7장은 소아과질환, 제8장은 노인성질환, 제9장은 기타 원인불명으로 분류될 수 없는 질병 및 사인으로 작성하였다. 제10장 불의의 사고 중독 및 폭력(외인)과 제11장 불의의 사고 중독 및 폭력(상해의 성질)은 ICD-8과 같기 때문에 별도로 수록하지는 않았다.
각 병명마다 번호가 붙어있는데 첫머리의 번호는 한의분류번호이고, 우측에 붙여진 번호는 기본분류번호이며, 진료부나 진단서에 병명(진단명)을 기록할 때에는 반드시 우측에 붙여진 기본분류번호를 써야했다. 기본분류항목부호란 한국질병사인분류항목을 말하여, 한의분류의 항목부호는 분류상의 의미 없는 단순한 일련번호였다.
○1972년 한의분류표와 진단명 부여하기
기본분류를 사용하기 위한 한의분류표의 형식은 한의분류코드(숫자3자리, 소분류는 숫자3자리+점+숫자1자리)-한의병명-기본분류항목번호(숫자3자리, 소분류는 숫자3자리+점+숫자1자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중풍으로 구안와사가 된 환자를 진찰하였다면, 제2장 전신성 질환에서 풍병류를 찾고, 그 아래 구안와사 항목을 찾아보면 한의분류항목 142 구안와사 기본분류항목부호 350임을 알 수 있으며, 진단서에는 ‘구안와사 350’이라고 기록하여야 했다. 즉, 당시에는 한의병명을 사용하지만 우측에 국제질병분류코드가 병기되므로 이를 보고 국제질병분류 분류표를 보고 350 안면신경마비 Facial paralysis임을 알 수 있고, 내용예시표를 보고 포함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다. 한의병명이 기본분류병명과 일대일 합치되는 것도 있지만 도저히 합치되지 않는 것이 많았고, 이러한 때는 연관되는 여러 개의 기본분류부호가 붙어있었다.
즉 일대다 합치인 경우가 많았다. 다만 당시 코딩지침에는 한방병명을 쓸 때에는 여러 개의 기본분류 번호 중에서 가장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가지만을 선택하여 쓰도록 했다. 예를 들면 졸중풍 환자의 경우라면 ‘한의번호 140 졸중풍 기본분류번호 430지주막하출혈, 431뇌출혈, 434뇌전색증 중 어느 하나만을 써야했다는 이야기이다. 즉 뇌출혈로 인한 졸중풍의 경우면 ’졸중풍 431‘이라고 기록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도 제시하였다. 만일 한방병명에 붙여진 기본분류번호의 병명이 도저히 맞지 않을 때는 우선 붙여진 기본분류번호를 그대로 쓰던가, 아니면 그냥 기본분류병명을 쓰고 그 번호를 써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 예로 ’인플루엔자 470‘을 들었다. 한마디로 한방병명에 부합하는 국제분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대충 억지로 쓰여진 대로 붙이든가, 아니면 그냥 한방병명을 포기하고 서의병명을 쓰고 거기에 해당하는 코드를 부여하라는 것인 셈이다.
○1972년 한의분류 제정안을 마치며
이종형 선생은 첫머리에서 “한방병명이 처음으로 사용되는 것이고, 학술체계상 도저히 부합되지 않는 서의학과 무리하게 연관시킨 탓으로 그 내용이 불합리하고 모순된 점이 많으나마 우선 이렇게라도 하여 사용해 봄으로써 점차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시정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니 아무쪼록 한방병명을 찾아보아서 될 수 있으면 한방병명을 사용하여 달라”고 당부하셨다.
다음호에는 1979년 1차 개정안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July 16, 2020 at 01:5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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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변천 > 뉴스 -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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